상어는 평생 약 3만 개의 치아를 끊임없이 재생하고, 코끼리는 닳은 어금니가 뒤에서 밀려 올라오며 교체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교체성(polyphyodont)'은 진정한 자연의 재생 능력을 보여주죠.
우리는 평생에 걸쳐 단 두 번만 이가 나옵니다. 어린 시절의 유치, 그리고 성인이 되어 사용하는 영구치. 그런데 치아가 한 번 더, 아니 여러 번이라도 자연스럽게 다시 난다면 치과의자에 앉아 긴장할 일은 훨씬 줄어들었겠죠.
사실 자연 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이를 새로 갈아끼우는 동물들이 많습니다. 상어는 평생 동안 약 3만 개의 치아가 빠지고 또 자랍니다. 비버, 악어, 코끼리 역시 치아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코끼리는 앞쪽 어금니가 닳아 없어지면 뒤쪽에서 새로운 어금니가 밀려나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인간과 영장류는 왜 단 두 번밖에 이가 나지 않도록 진화했을까요?
재생과 암, 진화의 균형
생명체에게 재생 능력은 분명 큰 장점입니다. 도마뱀은 잘린 꼬리를 다시 자라나게 하고, 상어는 평생 새 이빨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 능력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릅니다. 바로 암 발생 위험입니다.
재생을 가능케 하는 세포들은 끊임없이 분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열이 통제되지 않고 폭주하면? 바로 암세포가 되어 생명체를 위협합니다.
인간과 영장류는 진화 과정에서 재생보다는 안정을 택한 셈입니다. 필요한 최소한의 치아 교체만 허용하고, 불필요한 세포 분열은 억제하는 방향으로 말이죠. 이는 수명 연장과 암 발생 억제에 중요한 전략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늘어난 수명
흥미로운 점은, 인류가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 치과 치료가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이가 닳거나 빠지면 음식을 씹지 못해 영양을 얻기 힘들었고, 이는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보철, 임플란트, 교정 같은 기술 덕분에 치아의 수명이 곧 인생의 수명을 좌우하지 않게 된 것이죠.
미래의 가능성: 치아 재생 연구
현재 해외에서는 자연 치아 재생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치아 씨앗을 만들어내거나, 재생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사람에게도 "세 번째 치아"를 돋게 하는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연구가 실현된다면, 치과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지도 모릅니다.
상어처럼 무한히 이가 나는 인간은 아니더라도, 한두 번 더 치아가 재생된다면 노년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될 수 있겠죠.
1. USAG-1 억제를 통한 ‘세 번째 치아’ 재생
일본 오사카 킷카노 병원의 타카하시 가츠 박사팀은 USAG-1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를 통해 치아 재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약물은 2024년 9월부터 인간 임상시험에 돌입했으며, 성공 시 2030년경 일반인에게 도입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2. 랩에서 자라는 인간 치아
영국 King's College London 연구팀은 세포 간 신호를 천천히 전달하는 특수 매트릭스 기반 재료를 개발해, 연구실에서 **치아 형태로 성장하는 구조체(lab-grown teeth)**를 성공적으로 구현했습니다
3. 치아 법랑질(enamel) 재생을 위한 오가노이드와 생체재료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치아 법랑질 형성 단백질을 분비하는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를 개발했으며, 이는 “살아있는 충전물(living fillings)”이라는 개념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4. 치수염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주사
중국에서는 **치수 줄기세포(DPSC; dental pulp stem cells)**를 활용한 주사 요법이 임상시험을 통해 치주염 치료, 골조직 재생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5. 랩에서 만든 ‘치아 오가노이드’를 위한 단백질 설계
워싱턴대 루홀라-베이커 연구팀은 줄기세포, 단백질 설계, 단일세포 시퀀싱을 결합해 치아 오가노이드(tooth organoid) 제작의 실마리를 밝혀냈습니다. 이는 치아 구축의 ‘신호 경로’를 처음으로 밝혀낸 중요한 성과입니다
6. 세 번째 치열 활성화: 유전자 기반 접근
인간 내에 존재하는 **‘제3의 치열(third dentition)’**을 활성화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유전자 편집 혹은 조직공학적 방식으로 추가 치아 생성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7. 케라틴 기반 법랑질 복원: 미래의 치약
최근 킹스 칼리지 연구팀이 인간 머리카락 또는 양털에서 추출한 케라틴을 사용해, 치아 표면에 자연 법랑질을 모방한 단단한 보호층을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2~3년 내 치약 또는 전문 겔 형태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화의 한계에 도전
우리가 왜 상어처럼 수만 개의 이를 가질 수 없는지, 왜 도마뱀처럼 꼬리를 다시 자라낼 수 없는지 그 이유는 단순히 "못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암이라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진화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자연이 미처 허락하지 않았던 능력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치아 재생 연구는 단순히 치과 치료를 넘어서, 인간이 진화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대상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최신 연구들은 USAG-1 억제, 줄기세포 오가노이드, 랩-grown 치아, 케라틴 기반 법랑 재생 등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재생 치의학(regenerative dentistry)**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실험실과 임상 초창기 단계이지만, 2030년경 자연 치아 재생이 가능한 시대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은 흥미로움을 넘어, 실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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