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는 상대할 게 아니었구나” 불안을 다루는 드라마 '모자무싸'의 명대사!!

늘 행복하세요. 건강이슈 블로그입니다.

드라마 속 황동만은 시나리오 작가로 제대로 출세하지 못해 주변인을 불편하게 하는 존재다.
그는 늘 흔들리고, 서툴고, 삶 앞에서 자주 무너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의 말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아마도 그 말들이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4화에서 황동만은 마음이 지친 은아를 위로하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좀 전에 진짜 희한한 경험을 했거든요. 배달시켜놓고 잠깐 누웠는데 잠은 안들었어요. 형이 왔다갔다하는 소리가 다 들렸거든요?그런데 갑자기 형이 내 등에 올라서서 등을 질겅질겅 밟는거예요.이게 미쳤나, 어? 졸린데 짜증은 나는데 일어나기는 귀찮고 그런데 형이 저쪽에서 술병꺼내는 소리가 들리는거예요.그럼 지금 내 등 위에 올라탄건 가위다. 그때부터 막 죽을 것 같은데 손 하나 까닥 못하겠고, 알잖아요, 어떻게 용써도 안되는 거. 이 새끼 등 위에서 막 춤을 추지, 막 진짜 미치겠는데. 그 때 '배달이요!. 하, 살았다. 제발 발로 차라 그냥 발로 차!뻥! 세게! 그래그래그래. 야, 그냥차라고 새끼야 제발좀! 아아, 씨..... 나는 죽을 것 같은데 저 인간은 술이나 처먹고 갑자기 너무 서러운거예요.

내가 싸울 사람이 모자라서 가위랑도 싸워야 되나. 됐다. 안싸우련다. 그래, 가위 너 이겨라. 어차피 죽는 것도 아니고 알잖아요. 죽을 것 같지만 진짜 죽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 가위 너 이겨. 밟든 뭉개든 마음대로 해라. 나는 한겨울 이불속에서 귤까먹는 상상이나 하련다. 그러고 가만히 있으니까 신기한게, 내가 상대를 안 해주니까 이 가위가 당황을 하는 것 같은 거예요. 내가 막 괴로워해야 하는데. 그래 너 이겨. 그러고 가만있으니까 김샜는지 스르르르르륵 가 버리더라구요. 뭔가 하나를 터득한 거 같았아요.

가위는 상대할게 아니었구나. 은아 씨 힘들게 하는 그거랑 싸우지 마요. 가위 같은 거예요. 상대 안 하면 지나가요. 그냥 지나가게 둬요.”

이 대사가 특별한 이유는 현대인이 겪고 있는 각종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할지 말해주고 있다. 드라마 작가의 대단한 필력이 느껴진다.

사실, 황동만 뿐만 아니라 우리는 늘 불안과 싸우며 살아간다. 

미래가 불안하고,
관계가 불안하고,
경제가 불안하고,
건강이 불안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불안과 싸울수록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든다는 점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끝없이 생각한다.

“망하면 어떡하지.”
“내가 잘못한 걸까.”
“왜 나만 이렇게 뒤처질까.”
“앞으로 더 힘들어지면 어떡하지.”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몸은 굳어간다.
마치 황동만의 말처럼 가위눌린 사람처럼 손 하나 까딱 못한 채 마음속에서만 허우적거린다.

불안의 무서운 점은 실제 위험보다 ‘상상 속 위험’을 끝없이 부풀린다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머릿속에서 수백 번 반복하며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현대인은 늘 피곤하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탈진한다.

황동만의 대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여기다.

“됐다. 안싸우련다. 그래, 가위 너 이겨라.”

보통 사람들은 불안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안을 밀어내고, 이겨내고, 통제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은 저항할수록 더 커진다.

“불안해하면 안 돼.”
“강해져야 해.”
“이겨내야 해.”

이런 마음이 오히려 사람을 더 숨 막히게 만든다.

황동만은 아주 엉뚱한 방식으로 깨닫는다.

가위는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게 두는 거라고.

이건 현대 심리학의 불안 치료 방식과도 닮아 있다.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려 하기보다 “아,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 하고 흘려보내는 것. 감정을 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

사실 불안은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불안한 존재다.

중요한 건 불안이 있다고 해서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황동만의 말처럼
“죽을 것 같지만 진짜 죽지는 않는다.”

이 문장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이유는 현대인 대부분이 이미 그런 시간을 통과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무너질 것 같았던 날도 지나갔고,
끝날 것 같던 순간도 결국 지나갔다.

그리고 사람은 또 살아낸다.

불안을 없애야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불안을 품은 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현실적인 삶인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너무 애써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 위에 올라탄 불안이
등을 짓누르고 흔들어도
가끔은 황동만처럼 말해보는 것이다.

“그래, 너 이겨라.”

그러면 이상하게도
그 불안은 언젠가 김 빠진 것처럼
조용히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